내가 화산초 1학년 여덟살 때
맨날 우리집에 오던 남자애가 있었어
그 아인 내가 방바닥에 누워서 스케치북에
그림 그리는 걸 옆에서 지켜보곤 했어
세일러문, 웨딩피치, 그랑죠, 선가드
다 그리니 스케치북이 다 떨어졌지 뭐야
내가 한 장씩 지우개로 지워줄까?
나는 지우는 거 진짜 좋아해
그 아이가 작은 손으로 꼭 잡은 지우개로
한 장 한 장씩 박박 지워주면
모래요정 바람돌이, 꼬마 마법소녀 민트
철인 28호 다시 나타나
살면서 문득문득 그 아이가 생각났고
속없는 나는 어른이돼 깨달았네
세상에 지우는 걸 그리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없단걸
그 아이의 얼굴도 이름도 잊었지만
만약 나에게 예쁜 구석이 있다면
그건 바로 너일 거야 고마웠던 내친구야
이제서라도 말하고 싶어 정말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