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기어드는 어둔 강물
바람은 난폭하게 비를 쏟고
우리는 숨을 곳을 찾지 못한
도망자의 신세라오
꿈을 쫓는 한 꿈에 닿을 수 없고
쓸모를 찾는 일이 쓸모 없듯
장밋빛으로 달아오른다고 다 사랑은 아니라오
우리는 분별없이 춤춘다네 연기 피어오른 잔해
안에 숨겨버린 어둡고 더러운 비밀처럼
천 개의 시구처럼 나를 채운 황혼과 여명을 메운
요란 북풍이 늑대처럼 덮칠 때
아아 낯선 이여 날 위해 연주하시게
저들에게 남은 구원은 오직 음악과 시뿐이라오
어딘가의 저편 잊혀진 그곳에
더 이상 술이나 꿈이나 약을 들먹이지 않는 잠이
소란스럽던 낮이 침묵하면
파묻혀 잠자던 천둥이 눈 뜬다
쉿, 누워 나란히 누워
우르릉 우르릉 쾅
꿈을 꾸면서라도 들으라고
멀리서 적들의 개들이 짖는다
쉿, 물어 심장을 노려
춤추듯 달아난 죄인을 쫓는다
죄인을 찾는다 죄인을 부른다
우리는 풍선처럼 부푼다네 한껏 불어놓은 기대
안에 터져버린 덧없고 뻔한 핑계처럼
천 개의 이빨처럼 나를 깨문 달빛과 서리를 에운
요란 검푸른 밤이 멍처럼 번질 때
아아 낯선 이여 날 위해 연주하시게
저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오직 단죄뿐이라오
어딘가의 저편 잊혀진 그곳에
성인과 죄인의 구분도 없고 비극의 굴레도 없는
바다로 기어드는 어둔 강물
바람은 난폭하게 비를 쏟고
우리는 숨을 곳을 찾지 못한
도망자의 신세라오